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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제작이야기 2nd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7. 03:18


이 포스팅은 2011년 3월 작성된 것을 재구성하였으며, 

방송화면은 KBS 공사창립 특집, 헬로 KBS 프로그램의 방송화면을 캡처한 것 임을 밝힌다.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제작이야기 2번째 포스팅이다.

애리조나 사막 한 가운데서의 하룻밤을 딱 2시간만에 정리하고

현상윤 PD의 아침은 과연 어떻게 시작되는지부터 나는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푸석푸석한 얼굴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나의 카메라를 맞이했다.

PD의 가오(?) 그런건 역시 없었다.

내복차림이라면 어떠랴, 그가 신경써야할 건 내가 아니라 그의 카메라와 배터리였다.

4년 전, 내가 KBS 러브인아시아를 제작하며 맞았던 해외 출장의 모습을

그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반가우면서 몹시 측은해 보인다. 

눈떠서부터 장비를 손수 챙겨야하는 수고는 해외출장을 다녀본 방송쟁이라면 잘 알것이다.

따뜻한 북엇국에 든든하게 밥 말아먹고 출근해도 여유있을 이 새벽에

배터리 충전부터 챙겨야하는 텁텁한 일상의 시작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모를 것이다.

 

 

 

 



노장PD인지라 아침은 드실 줄 알았는데 ... 

아침밥은 없었다. 바로, 출발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 위를 달린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통의 교양 프로그램에서 특히 카메라감독이나 VJ가 없는 경우에 차량트래킹 촬영은 대부분 조연출의 몫이다.

나역시 차량 트래킹부터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별 것 아닌 촬영같지만, 이 트래킹 컷에 대하여 대부분의 조연출들은 세상에 있는 욕 없는 욕 다 듣는다. 

이 트래킹 촬영은 어떠한 감정선이나 구성의 큰 영향을 주는 영상이 아니기에

자라나는 새싹 후배 연출자에게 기회(?)를 주는 명분같지만 욕먹는 입장에서는 심히 괴롭다. 

사실, 국내 촬영의 경우 차량 탑승과 동시에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다들 꿀잠을 자기 바쁘다 

어찌보면 선배 연출자가 귀찮으니까 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ㅎㅎㅎ






하지만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조연출이 없다.

그래서 아무리 노장 연출자라 할지라도 이 귀찮은 일을 하나하나 챙겨야 한다.

물론, 이 귀찮은 일을 하는 모습을 나도 챙겨야 했다. 나도 방송하러 이 먼 곳까지 왔으니 말이다. 

 





썬루프 밖으로 몸을 내밀고 촬영을 하는 것, 보기보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절대 함부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 1박 2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종종 카메라감독들이 

이런 방법으로 촬영을 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을텐데... 사고라도 나면 ...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이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는 걸 백승주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연출자가 갖는 시청자에 대한 의무라 하더라. 

역시 꿈보다 해몽이라는 ㅋㅋㅋㅋ





이런 방법으로 촬영하는 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에게도 좋지 않겠지만, 

카메라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꼭 알아두자~

미세한 티끌이 빠른 속도로 카메라에 날아오게 되면 렌즈에 흠집을 내거나,

마이크로폰의 성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카메라 내부의 전자 장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비싼 돈 주고 산 개인 카메라를 가지고 이런 촬영은 절대 흉내내지 마시길 바란다.

 

 

 

 

 

 

그랜드캐니언의 멋진 트래킹 촬영을 끝낸 현상윤PD는 어떤 모습일지 확인하기로 했다.

영상 20도 내외의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지만,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연신 훌쩍거리면 콧물을 닦아냈다.

 




보통의 경우, 

시청자는 촬영된 영상에서 제공되는 직접적인 시각 정보를 이해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떠한 환경에서 만들어낸 영상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물론, TV라는 매체가 주는 특성상 이는 자연스런 일이기는 하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다른 시각으로 영상을 이해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영상이 주는 정보는 생각 외로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ㅋㅋㅋ

 

 


 

자, 그렇다면 실제 걸어서 세계속으로 에서 방영된

현상윤PD가 콧물을 닦아가며 촬영한 차량 트래킹 컷을 확인해야 되지 않을까? 

 





방영된 영상 속에서 연출자의 노고가 보이시는지? ㅋㅋㅋ





콧물 닦고 신발끈을 채 고쳐 매기도 전에 차에서 내린 현상윤 PD는 내게 말 붙일 시간도 주지 않고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는 제법 쓸모있는 광경을 잡아내겠다는 연출자의 행동일 때가 많다.

나는 그런 걸 담아내겠다고 왔으니 나도 뛰어야 한다.  

그의 손에 카메라가 있듯이 내 손에도 항상 카메라 있다는 건

나도 뛸 준비가 되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를 따라간다. 졸라~~~




 



과연 무엇을 포착하기 위해 그는 뛰었던 것일까?

 





7~800m를 전력으로 뛰었던 그도 숨이 차고, 그를 무작정 따라간 나도 숨이 차 미칠 지경이었다.

 

 

 

 

 

 

그가 뛴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이 드넓은 협곡 안에 나타난 관광객 3명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어마어마한 땅덩어리에서 발견한 달랑 3명의 관광객! ㅎㅎㅎㅎ 

그렇다. 방송은 언제나 사람이 보여야 볼 맛이 난다.

아무리 멋진 풍광이라도 사람이 없으면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걸 방송쟁이들은 알고 있다. 

감정(사람)이 없는 환경 즉, 들판 돌 강 산 건물 풀... 

뭐 이런 건 단 몇 초만 보고 있어도 흥미를 잃기 쉽다.

그래서 그 환경 안의 사람을 통하여 그 속에 감정을 넣어 전달하는 것이다.

왜? 그래야 보고싶을테니까.... ㅎㅎㅎㅎ

 





그나저나 이렇게 열심히 뛰며 어렵게 관광객을 포착한 건 그렇다치고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 황량한 사막에 관광객이 있었을까? 

아니, 현상윤PD는 찾았던 것일까?

 



구경 좀 해야되겠지. 



당시 내가 들고 간 카메라인 SONY Z-5의 화각이 좁아 호스슈(horse shoe) 계곡의 위엄이 한폭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제 눈으로 보면 장관이다. 이 말발굽 모양의 협곡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지구 탄생의 비밀이라도 알게 된 듯한 무지막지한 감동이 밀려온다. 진짜다. ㅋㅋㅋ

직접 가서 본 사람이라면 감탄의 감탄을 연발할 수 있는 대단한 풍광이다.

사실, 나도 관광 책자에서나 몇 번 봤을 뿐이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랜드캐니언 관광코스 중에 개인적으로 이 곳을 꼭 추천하고 싶다. 







 


근데, 현상윤 PD는 또 무엇을 촬영하기 위해서인지 차에 오자마자 

땀에 흠뻑 젖은 옷부터 갈아 입는다.

그는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