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리뷰

김감독 리뷰 : 소니 RX0 #3. 심폐소생술, 소니 RX0의 최대 장점은 미장센

EUN^^B 2018. 6. 20. 15:19


자, 이제 소니 RX0의 심폐소생술 들어간다.

일단 10줄 차지 한 번 해보자.






카메라가 작으면, 사진만 찍히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자만심이 있다.

실제로 최악의 쓰레기 성능을 가진 카메라부터 쓰레기 색감을 가진 카메라까지 모두 경험하다보니

이젠 웬만한 카메라는 나를 놀래키지 못한다.


소니 RX0의 경우도 여지없이 나의 예상이 들어 맞았다.

난 성능이 개판인 카메라에 대한 묘한 신뢰가 있다.

이건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인데 기능이 떨어지는 카메라는 사진이 좋다는 생각.




왜냐하면 고감도 저노이즈가 깨끗할수록, 색감이 쨍하고 또렷할수록 

사진은 내 스타일로 찍히지 않고 카메라 지 마음대로 찍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세상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사진은 누가 찍어도 똑같은 사진이 나오는 카메라다.

그럼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사라지고 개 열받는다.

가끔은 창피해서 죽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RX0은 나에게 쥐구멍을 찾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영혼을 선사했다.

정말 웃기는 얘기지만 액정이 제대로 안 보이고 배터리 성능도 안 좋으니 그냥 찍은 사진 확인 기능을 꺼버렸다.

그리고는 묘하게 설레는 기다림의 묘미를 얻는다.








하늘이 다 똑같은 하늘이지, 비행기 창으로 찍는 하늘이 얼마나 다르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다르다.








그냥 묘하게 좋다.

소니가 가지는 완벽한 인위성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여 나에게 남겨진 여백이랄까?


사진은 카메라가 100% 찍어선 안 된다.

과거에는 사람이 95%를 찍었다면 요즘은 기계가 95%를 찍고 사람이 5%만 찍는다.

그러니 5%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이 불편하고 미완성인 RX0에게 측은지심인지는 몰라도 의외로 정이 간다.

사람과 사람이 키스를 하는 목과 목 사이를 RX0이 비집고 들어가는 장점 외에도 무한한 가능성이 탑재되어 있다.







물론 1번은 카메라의 소형화로 오는 편안함과 다양한 연출, 그리고 피사체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까지 

이것이 RX0의 1번 장점이다.


이건 똑딱이보다도 부담없는, 나에게도 피사체에게도, 비행기 승무원에게도, 항법장치에도.... 그런 카메라다.






심지어 가끔 필름 느낌도 나온다는 묘한 기분을 갖는다.

부족한 것이 필름은 아니지만 부족함에서 나오는 필름의 향수가 존재한다.





시골 한적한 강가 야구장.

여긴 미국이 아니던가?


야구공이 펜스를 넘었는지 한 아이가 뛰어 온다.

다리 난간 위로 아이를 찍었다.


여기에 비밀이 하나 있다.

카메라, 렌즈마다 찍사의 눈이 위치하는 거리가 다르다는 것.

여러분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나의 시선은 어디를 바라보는가?

가까운 곳을 보며 차가 멈추는지 주변 상황이 어떤지 시야를 둘 것이다.





하지만 시속 140km가 넘어서면 시야가 달라진다.

앞의 차를 보며 달리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빨라지면 나의 콘트롤 한계가 좁아지기 때문에 멀리보고 달려야 한다.

앞의 차가 급 브레이크를 잡는 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돌아버리고 이미 나의 능력 밖의 일이 되기에 차가 빨라지면 빨라질 수록 시선은 멀리 보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24미리 단렌즈일 때와 135미리 단렌즈일 때 시선은 다르다.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135미리로 캐치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게임이다.

135미리 단렌즈라면 시선은 훨씬 멀리 주시하고 촬영할 피사체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RX0의 장점이 또 나온다.

이건 24mm f4 고정이다.


앞서 말한대로 조리개도 조정이 안 되는 세계 최악 쓰레기 같은 카메라다.

그냥 어떤 상황에서도 24mm f4 이외에는 손 쓸 수가 없다.

게다가 최단거리가 30cm 이상으로 멀다.






새가 날아 올라도 줌인을 할 수 없고 af-c로 따라갈 방법도, 필요도 없다 ㅋㅋㅋㅋ


그렇다면 이 카메라가 찍는 목표 사진은 포커스가 전반적으로 맞는 시원한 광각 사진이 될 것이다.

타이트샷으로 아웃 포커싱을 듬뿍 담은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 아니라 피사체의 분위기와 공기를 찍어야 하는 카메라다.


그러다보니 강제적으로 촬영 습성이 변한다.

내가 추구하는 사진은 어쩔 수 없이 광각에 여러가지 상황이 담기는 미장센 강한 사진이 나와야 한다.


미장센이라는 것은 피사체를 배치하는 것인데 타이트 샷으로 아이가 우는 사진을 찍으면 아이의 우는 감정과 슬픔을 묘사하게 되는 것인데 그게 어떤 슬픔인지 미장센이 없으니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24mm f4로 찍어보니 장례식장에서 아이가 우는 모습이었고 사랑하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셨나?라는 미장센이 생긴다. 바꿔서 우유가 떨어져서 바닥에 쏟아진 모습을 배치하면 아이는 우유를 떨어뜨려 울고 있구나라는 미장센이 생긴다.


영화에서 미장센은 여러 소재를 잘 배치하여 주제를 드러내게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니 RX0은 자꾸 나에게 미장센을 만들게 한다.

헛된 소재들이 자꾸 앵글 안으로 들어가기에, 혹은 표현하고자 하는 피사체의 클로즈업이 안 되고 분위기가 찍히기 때문에 나에게 더 어려운 숙제를 내주는 카메라이며 따라서 오랜만에 줌도 안 하고 심도도 조정 못하는 리턴 투 이노슨스 상황으로 몰아 넣는다.


이것이 RX0의 두번째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무리데스까??? (개소리입니까???)


소니 RX0의 필름 느낌 사진은 다음 편으로 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