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리뷰

김감독 사진강좌 : 당신이 사진 작가가 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

EUN^^B 2018. 5. 8. 01:19




좋은 피사체를 보면 카메라를 꺼내는 것이 보통이다.

근데 사실 진짜 사진 잘 찍는 사람들은 습관이 어떠냐 하면 좋은 피사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바로 카메라를 꺼낸다.

이것은 본능이다.


근데 사진 못찍는 사람들은 좋은 피사체를 만나면 카메라 꺼낼까 말까 고민을 한다.

꺼내면 상황 종료겠지 하고 우물쭈물하다 안 꺼낸다.

근데 다시 상황이 벌어진다. 아까보다 더 좋은 상황이다.

그때서야 카메라를 꺼내는데 카메라 기스날까봐 워낙 좋은 가방에 꽁꽁 싸매놓고 앞캡도 닫아놓고 후드도 거꾸로 달아놓고 스트랩도 최고급 두꺼운 녀석이라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 풀고 꺼내는데 꺼내면서 지퍼에 살짝이라도 긁히면 안 되니까 조심해서 가방의 곡선을 따라 렌즈 길이를 예상하여 꺼낸다.


바로 그때다.

전원을 켜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된 것은 그때다.







이제 최고수를 만날 차례다.

최고수는 피사체고 나발이고 늘 카메라를 촬영 직전 상태로 준비하고 있으며 앞캡은 아예 구입하고 나서 박스에서 나와 본 적이 없다.




스트랩은 걸리적 거리니까 아예 안 달아놓았고 가방에 넣고 빼며 기스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렌즈 갈면 뺀 렌즈는 가방에 그냥 휙 넣어버린다.

뒷캡??? 당연히 안 닫는다.

그리고 최고수는 피사체를 만나고 촬영을 준비하지 않는다.

피사체가 없어도 빛이 좋으면 사진을 찍는다.

피사체는 빛과 배경을 찍으며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린다.



































순간 포착? 찰나를 담는다?

물 웅덩이를 건너뛰는 사람을 보고 빛의 속도로 촬영을 한다?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순간 포착은 물 웅덩이가 있는 곳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서 건져진다.

연출이란 것은 이런 거다.

구멍을 파 놓고 기다리는 것과 구멍에 빠지세요라고 주문하는 것은 다르다.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을 기다리는 것은 조작이 아니다.


잘 못찍은 사진 구경을 한 번 해보자.

그 좋은 플래그십 니콘 D3S를 들고 찍은 빛이 좋은 날.







배경만 찍히고 알맹이가 없다.

그야말로 백그라운드를 찍은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진에 아무 이야기가 없다.


이 배경이 좋으면 이 배경과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하는 짓이다.

배경만 찍으면 작가가 아니고 이 배경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 작가다.

좋은 빛과 좋은 구도는 누구나 노력해서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배경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노력으로 되는 부분이 아니다.

그것은 재능이다.







죽은 그림이다.

물론 윤석주 포토그래퍼의 달력사진보다는 좋지만 그래도 아무 내용이 없다.

색과 빛만 좋아한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연작이다.

어떤 작가는 골목만 찍고 어떤 작가는 틈새만 찍는다.





아주 좋은 예를 하나 들어보자.

참 느낌 좋은, 발견하기 힘든 몸빼 바지 파는 현장이 있다.

이 얼마나 쉽고 좋은 소재인가?


이 소재로 주제를 만들려면 내용을 넣어야 한다.

할머니가 까만 비닐 봉다리를 들고 웃으며 걸어오는 장면이었다면 이 사진은 출품해도 될 사진이 되었을 것이다.






저 비닐 봉다리 안에는 할머니가 산 예쁜 몸빼, 혹은 싸게 산 몸빼, 혹은 서울에서 찾기 힘든 오랜만에 맘에 드는 득템 몸빼 바지가 들어있겠지라며 보는 사람은 상상하고 행간을 읽으며 느끼고 즐거워한다.

그러면 비로소 사진이 된다.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흔히 얘기하지만 최고의 이야기는 생략되고 절제되고 은유적이며 상징적인 방법이 동원된 이야기가 최고다. 눈에 다 보이는 것은 클리셰라 하여 그냥 통속 사진이 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만 느낀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작품이 큰 감동을 준다.





우리는 무의미하게 늘 배경만 찍어대며 색감을 연구하고 구도를 찾는다.






해가 떨어지고 있는 퇴근길의 무엇을 느끼게 하고 싶은지,

무엇이 빠지고 퇴근길만 줄창 찍어댄다.






기름집 앞을 지나가는 주방장이 영업용 식용유 통을 양손에 들고 지나가는 사진을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사진 아닌가?





포토샵으로 치면 우리는 배경 레이어 하나만 찍어대며 그 위에 얹을 알맹이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

순간 포착? 물론 찍다보면 그런게 나도 모르게 찍히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며 항상 벌어지는 천운도 나에겐 없다.


결정적 순간을 담는 힘은 결정적 순간을 예상하는 힘이지 결정적 순간을 캐치하는 힘이 아니다.

이제 백그라운드 작업은 그만할 때도 됐다.

나도, 여러분도.....




니콘 D3S, 배경의 헛헛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