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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렌터카 여행 - 산타로사 집 구경과 자연 디자인 의혹

EUN^^B 2017. 12. 26. 17:45

사진 무진장 많으니까 와이파이 연결되어 있을 때 보세요.

무제한 데이터 아닌 분들 조심!

사진은 gh5와 9-18mm 광각, 45mm f1.2 인물렌즈, 그리고 캐논 G1XMARKIII 스냅 이렇게 구성하여 촬영하였습니다.




전 세계의 그 어떤 여행자도 나와 같은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전 세계 어떤 여행사도 이런 패키지를 만들지 않으며 팔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나만 짤 수 있는 여행 계획, 그 이유만으로도 흥분되고 설레는 것이 나의 여행법이다.

우선 산타로사라는 동네를 들어온 이유는 전에 설명했다.


이전 샌프란시스코 여행기 링크

http://cultpd.com/category/%EC%97%AC%ED%96%89%EC%9D%98%20%EA%B8%B0%EC%88%A0/San%20francisco



정말 황당한 이유로 산타로사와 만났다.

그리고 이왕 산타로사라는 곳까지 왔는데 그냥 길을 떠나면 그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 된다.

우연이 아니었으면 들를 수 없었던 산타로사라는 마을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산타로사 비지터센터 앞에 코인 주차를 했다.

2시간 정도면 이 동네 둘러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산타로사 다운타운 기차역 앞, 이건 겨울이 아니라 가을이다.

크리스마스 즈음, 어떻게 여기 가을이 왔지?





정말 신기한 곳이다.

와이너리의 천국답게 태양은 뜨거웠고 크리스마스에 반팔 입은 사람들,

웃통 벗고 뛰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난 패딩을 입고도 추워서 모자를 꺼냈는데 이거 뭐지?




자동차 사고가 없었으면 산타로사라는 곳에 어떻게 올 수 있었을까?

내가 가보지 못한 골목길, 광장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일까?

한국의 골목길도 다 마스터하지 못한 내가 세계의 골목길을 모두 밟아보겠다고 말하면 오버겠지?

하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그 동네, 그 골목길.

그곳에도 시간이 흐르고 내가 인지하지 않은 곳에서도 세계는 나와 별개로 운동한다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어릴적 보았던 만화 주인공을 만난다.




한 때 내가 세계이고 내가 우주라고 생각했던 때.

내가 모르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내가 보는 순간부터 그 세상은 작동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던 때.

나는 나뭇속으로 들어가 4차원을 넘어 이름모를 마을에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그것이 산타로사 같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든 동네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독특한 예술 양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만든 허상이 아니라 나와 별개로 만들어지고 동작하던 세계다.


분명 낙엽은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으로 승화되었다.





그냥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분명 누군가의 작위적인 예술 행위로 느껴졌다.


예를 들면 이런 건물이다.

나뭇잎과 회사 로고가 같은 색이란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정말 건물과 로고와 나뭇잎은 모두 우연의 일치로 같은 톤앤 매너로 세팅된 것일까?

진심 그렇게 생각하나?





물론 나의 오바일 수도 있겠다.

너무 나갔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움을 애써 인위적으로 해석하려 하는 인간의 못된 심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낙엽과 나무, 그리고 건물의 구성이 놀랍도록 잘 어울린다.





그리고 나는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분명히 낙엽들을 모으고 있었다.

모아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예쁘게 모아두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다면 정말 한 사람의 작품일까?




낙엽이 아름다워서 버리지 않고 이렇게 모아두는 것은 분명히 사람의 손길이 탄 것이었다.

아프리카나 지중해 마을에서 공권력을 이용해 집의 페인트 색깔을 통일시키고 디자인을 위해 권고하는 그런 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자연과 인위의 조화를 꿈꾸는 주민들과 환경미화원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한 겨울,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을을 느낀다.

날씨 역시 걷다보니 땀이 흘러 오리털 점퍼를 벗게 되었다.














가끔은 이렇게 집 구경하는 것, 아무 퍼포먼스가 없어도 그냥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내가 모르는 곳은 나의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내가 알지 못해도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 사람들이 낙엽을 물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

그런 즐거움을 생각하며 걸으면 한국에서 불가한 산책이란 걸 강제로 하고 있게 된다.






물론 건물만한 불상이 옆으로 누워있거나 하늘에 닿을 듯한 고층빌딩이 있으면 재밌겠지.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화산이 꿈틀대며 빙하가 쿵쿵 소리를 내면 자극적이겠지.


근데 그냥 지구의 어느 곳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폴이 대마왕과 약속이 안 맞아 포켓에 손 꼽고 빈둥거리며 걸어다니는 것도 분명 신나고 짜릿한 일이다.





































산타로사 다운타운 역.

기찻길이 있는데 이곳은 기차역으로 유명한 것 같았다.






산타로사 비지터 센터에 기차에 대한 역사 설명도 있고 사진도 있었다.












비지터 센터 아주머니 정말 친절했다.

그리고 산타로사에 있는 스누피 인형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스누피를 그린 작가 찰스 M. 슐츠가 이곳에서 태어났나 생각했으나 그건 아니고 두번째 부인과 이곳에서 살았고 지난 2000년 사망 전까지 여기 살았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캘리포니아 화재 사건 때 찰스 슐츠의 저택도 모두 불에 타고 만화 피너츠 관련 기록과 유품도 모두 소실됐다고 한다.

하지만 찰스 슐츠 박물관에 가면 피너츠 삽화와 작품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스누피에 대해 그리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보던 낯익고 반가운 캐릭터이니 예정 없이 또 찰스 슐츠 박물관으로 떠난다.

가서 예쁜 냉장고 자석이나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참 맥락도 없고 이상한 여행 코스지만 나는 스누피 캐릭터를 만나러 간다.